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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oons' Life

관촌수필 본문

Book.

관촌수필

jhoons 2015. 1. 4. 10:54



서명관촌수필
저자이문구
출판사휴이넘

관촌수필.

박찬욱 감독의 추천 리스트에 담겨있는 책이다
.
문학에는 워낙 소질이 없고아는 바도 없어서 접하기 힘들어 하던 차에

인상적인 감수성을 가진 박찬욱 감독의 추천이라 편하게 책을 고를 수 있었다.
책 표지에는 따뜻한 온돌방에 뒹구는 어린아이가 그려져 있다
.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었기에순박하고 다정한 메시지가 담겨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고 책장을 열었다
.

관촌수필은 관촌이라는 농촌 마을에서 자란 주인공이 성인이 되어 지난 추억을 되짚어 보는 식의 이야기다
.
주인공은 일본 치하독립남북 분리, 6.25전쟁을 모두 겪으며 자란 어린 시절을 되짚고 있다
.
격동의 시기를 서술하다보면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담아 글을 썼음직도 하건만
,
저자는 그러한 눈은 배제한채역사적 사건 속에 살아 숨쉬는 사람들과 함께

숨쉬고즐기고안타까워 하던 어린 아이의 독백으로 소설을 한 가득 채운다
.

그 중 몇몇 장면들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

"
대복이 뒤만 따라다니면 모든 걸 내 맘대로 장난해도 겁날게 없던 그리운 시절
......
그것은 내가 일곱 살 나던 해부터 한 2년 남짓한 짤막한 세월에 지나지 않지만
,
그러나 다시금 꿈결 속에 본 대자연처럼 그지없이 아름답고
,
은하수를 헤엄쳐 가는듯한 향수에 잠기게 하며
,
때로는 나 혼자나 알고 죽을것 같이 비밀스럽고

혹은 물려줄 수 없는 소중한 재산처럼 여겨지곤 한다
."

주인공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벗을 떠올리며살아온 날들 중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
많은 이들은그리고 나는 어린 시절 느꼈던 어렴풋한 감동을 근거로 하여 살아간다
.
'
그 땐참 좋았지어리석고부족하고어렸지만 아름다웠어
'.
얼마 전 친구와 나눈 대화를 떠오르게 한 이 문구는 우리네 삶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짚어주는 것 같다
.

삶을 통해 아름다움을 담아가는 것
.

비록 그 자리를 떠나고시간을 흘려보내고매 순간을 견뎌야 하는 삶을 살아가더라도

각자의 마음 속에 담긴 아름다운 기억은 살아가는 힘과 근거로 작용한다.

그러나아름다운 시기는 지나가기 마련이다
.
특히 격동의 시기를 견뎌내신 어르신들의 시기소설 속의 시기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
그가 그렇게 의지하던 대복이는 어느새 도둑으로 변해버리고전쟁에 징집 되어버린다
.
가까이 지내던 중년의 석공은 아깝기 그지없는 삶과그에게 의지할 뿐인 가족을 뒤로하고 세상을 떠난다
.
착하고 좋은 사람으로 여기던 옹점이는 마땅한 거처 없는 괴로운 삶을 살았으며
,
피난 중에 과부가 되어버린 솔이 엄마는 그나마 새로하게 된 혼인도 실패한다
.

친구 대복이가 징집되는 날을 표현한 문구를 인용하면
,
"
만세와 군가는 그로부터 얼마 안 돼 이틀이 멀다고 되풀이하게 되었다
.
우리들은 그 일을 그저 시키니 한다는 투로 무의미하게 반복했다
.
하물며 그 군대에 나간 가족이나 친척이 전혀 없었던 나의 경우에는단 한번의 예외가 있었을 따름이다
.
단 한번의 예외
.
그거은 군대보낸 가족들의 그 비절했던 심정을 한꺼번에 이해할 수 있었던
,
그리하여 무른 전쟁의 가증스러움목숨의 허무함인생의 허무함생활이란 것의 속절없음
,
세월의 덧없음을 조금씩 깨치기 비롯하고알면서 살고 싶은쉬운 말로 느낌을 가져온 계기이기도 하다
.
대복이가 출정하는 것을 지켜본 날예외란 바로 그날이었다
."

인생은 아프다
.
어린 것이 견디기에 세상은 너무 아프다
.
주인공이 겪어야 했던절친한 이의 타락과 강제징집은 그 아픈 세상에 대한 감을 갖게 한 사건이다
.
인생의 허무함과 세월의 덧없음을 한 번에 깨달아 버린 이 아이의 경험은

사실 우리의 그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잔인함의 정도는 다를 것이나우리는 작은 스침에도 상처를 입는 시기를 통해 성장하기 때문이다
.

이렇게 소설은 삶의 밝은 부분과어두운 부분을 동시에 비춘다
.
주인공의 삶은 이러했는데 이 글을 읽고 있는 너의 삶은 어떠냐며 말을 거는 자세를 유지한다
.

이 글이 이토록 많은 이들의 마음에 공명을 일으키며

시간이 지나도 명작으로 분류되어 서울대 교수진들의 추천평을 받고

박찬욱 감독이란 걸출한 예술가가 추천하는 작품이 된 것은

'
삶이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조용히 알려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이란 것

리얼이 아니라는 이유로 멀리했던 장르의 글은

사실 '이게 진짜야'라며 억지로 떠먹이는 글들 보다
삶의 진면모를 잘 비춰주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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