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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oons' Life

영웅문#1 : 사조영웅전 - 김용 본문

Book.

영웅문#1 : 사조영웅전 - 김용

jhoons 2016. 10. 1. 03:37

   

   1957년 중국의 소설가 김용이 지은 세번째 작품이자, 3부작 영웅문의 첫번째 편인 <사조영웅전>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파릇파릇하던 학부1학년 시절, 시간이 날 때면 중앙도서관 서고에 웅크려 앉아 영웅문 읽는 재미에 푹 빠져 들곤 했다. 영웅문에는 여러가지 재밌는 요소가 많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어린시절은 보통 미움을 받거나, 멍청하거나 둘 중의 하나다. 어딜가든 얻어맞고 다니는 무술 초짜에서 무림 초절정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해버리고는 주인공을 응원하게 된다. 여복도 많아서 가는 곳마다 미소녀들이 그에게 반하고는 목숨을 걸고 그를 지킨다거나, 반대로 그 사랑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인공을 죽이려 들기도(?) 한다. 주인공은 수많은 위기들 가운데서도 신의를 지키고충과 효를 어기지 않고 악인과 타협하지 않는다.  그리고 소설의 결론은 감동적인 두 연인의 맺어짐으로 마무리 된다. 소설의 각 요소를 풀어내보면 김용소설이 갖는 결론과 메세지는 단순 명료하다. "신의를 지키되 타인의 구속에는 얽매이지 말고, 진심을 따라 행동하고 사랑하라." 수많은 등장인물과 문파들의 물고 물리는 복잡한 갈등과 화해 속에서 이 단순한 주제가 드러나게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 필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영웅문 1 <사조영웅전> 2 <신조협려>, 3 <의천도룡기>로 이어지는 세계관의 시작이다. 때는 중국 송 말기. 금나라가 송나라를 집어 삼키려하는 동시에 몽고의 칭기스칸이 세계 정복에 시동을 걸 즈음이다. 스토리는 이렇다. 송나라 충신의 후예들이자 의형제를 맺고 있던 곽소천과 양철심은 어느날 금나라의 왕자인 완안열의 부대에 의해 습격을 당한다. 이날 곽소천은 죽고, 양철심은 큰 부상을 입은채 행방불명 된다. 두 사람은 각각 아이를 배고 있는 아내들이 있었다. 곽소천의 아내는 주인공 곽정을 낳아 기르던 중 칭기스칸의 영내로 들어가 보호 받으며 지내고, 양철심의 아내는 공교롭게도 원수인 완안열과 재혼을 하고 아들 양강을 낳는다. 두 아버지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두 아이에게 무공을 전수해주려던 전진파의 고수, 구처기는 강남칠협이라는 무림 고수들과 내기를 한다. 강남칠협은 곽정을 가르치고, 구처기 자신은 양강을 가르쳐 후에 아이들이 성장하고 대련을 시켜보기로 말이다.

 

   곽정은 머리는 좀 멍청하지만, 신의가 두텁고 용기가 있는 아이였다. 강남칠협에게는 외공을, 전진교의 수제자 마옥에게는 내공을 전수받으며 기초를 닦았다. 양강과의 대련을 위해 내려온 중원에서, 곽정은 완안열의 사주를 받은 귀문용완 사통천의 무리와 대결을 벌이기도 하고, 천재 미소녀 황용을 만나 함께 여행을 다닌다. 황용의 지혜 덕에 무림 최고의 고수 4인방 중 하나인 개방 방주 홍칠공으로부터 항룡십팔장을 전수 받으며 고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당대 무림 절정의 고수들을 간단히 압축하는 문장이 있다.동사서독(東邪西毒), 남제북개(南帝北), 중신통(中神通)’. 동사는 재주가 많은 도화도의 도주 황양사를 일컫고, 서독은 서장 출신의 악인 구양봉을, 남제은 남쪽 대리국의 황제 단황야를, 북개는 거지들의 연합체인 개방의 방주 홍칠공을, 중신통은 전진교의 초대 교주이자 절정 무공 일양지의 주인인 왕중양을 말한다. 왕중양은 소설이 시작되기 전에 세상을 떠났고, 동사서독, 남제북개 네 사람이 천하제일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사람들은 화산이라는 곳에서 1인자를 가리는 시합을 했는데, 그 중심에는 구음진경이라는 무공비급이 있다. 구음진경은 달마조사가 천하 무공의 핵심을 압축 요약해 놓아 이를 수련하면 말그대로 천하무적이 되는 비급이다. 가장 강한 사람이 이 구음진경을 갖는 것으로 하고, 칠일낮 칠일밤 대결을 펼친 결과 왕중양이 이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것이 왕중양 사후에, 그의 사제 노완동에게 전해지고 그 일부가 황약사의 제자인 진현풍, 매초풍 부부(a.k.a. 흑풍쌍쇄)에게 넘어간다. 흑풍쌍쇄는 여기저기 원수질 일을 만들어 놓고 다니다가 곽정의 사부인 강남칠협의 수장 가진악의 눈을 멀게하면서 일이 꼬여버린다. 흑풍쌍쇄와 강남칠협이 싸우다가, 얼떨결에 곽정이 진현풍을 죽여 매초풍은 곽정과도 원수가 된다. 그런데 곽정의 애인인 황용은 매초풍의 스승님의 딸이라 매초풍은 곽정을 죽일수도 살릴수도 없는 지경이 된다.

 

   한편, 양철심의 아들인 양강은 자신이 왕자가 아니라 가난한 한인 출신이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다가, 결국 자기 친아버지인 양철심과 어머니를 죽음으로 내몬다. 전진파 구처기를 스승으로 모시면서도 매초풍에게 악랄한 무공 구음백골조를 배운다. 양아버지 완안열을 친아버치처럼 모시며 금수저를 포기하지 않더니, 한 술 더 떠서 송나라의 병법비급인 악비의 병법서를 훔치는 도굴팀에 껴서 악행을 저지르고 다닌다.  자기 죄를 뉘우치는 척하면서 곽정에게 의형제를 맺자고 하더니, 결국 악인 구양봉과 힘을 합쳐 곽정의 뒤를 치는 배신의 아이콘이다. 황용을 구음백골조로 죽이려다가 오히려 중독되어 목숨을 잃는 어찌보면 안쓰러운 캐릭터다.

 

   이 외에도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원한 관계, 교우 관계, 러브 라인, 온갖 전투와 모험으로 가득한 사조영웅전의 후반부는 구음진경으로 수렴한다. 왕중양의 사제인 노완동 주백통은 황약사의 함정에 빠져 15년간 갖혀있으면서, 혼자 무공을 연마한다. 혼자서 무공을 연마하려다보니, 오른손과 왼손을 싸움 붙이는 묘한 무공 좌우호박술을 개발하고 이를 곽정에게 가르쳐 준다. 좌우호박술을 쓰면 말그대로 두 배 강해진다. 무공을 두 개를 동시에! 원 플러스 원!

 

   이에 더해 (곽정도 모르게) 구음진경을 가르쳐서 곽정은 이제 두 절세 무공인 구음진경과 항룡십팔장을 양손에 나눠 시전할 수 있는 무림 최고 고수로 등극한다. 거기다가 구음진경을 노리는 악인 구양봉의 적절한 괴롭힘으로 경험치가 어마어마하게 쌓여 버린다. 결국 사조영웅전은 어리버리한 곽정, 슈퍼맨 만들기 프로젝트인 셈이다. 이렇게 슈퍼맨이 된 곽정은 칭기스칸이 금국을 멸망시키고 송을 쳐들어올 때, 그를 설득해 본국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외교적 성과까지 거두는 이 시대 최고의 영웅으로 자리매김 한다.

 

   김용 소설의 장점은 스케일이 큰 만큼 다양한 캐릭터들이 자기만의 매력을 발산한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인물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북개 홍칠공을 꼽을 것이다. 홍칠공은 거지의 왕이다. 절륜의 무학가인만큼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부와 권력을 누리며 편하게 살 수 있을텐데,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며 자유로이 떠돌아다니는 거지의 삶을 택했다. 맛있는걸 먹고 싶을 땐, 돈 주고 사먹는게 아니라 거지답게(!) 황제의 주방에 몰래 들어가서 밥을 훔쳐 먹는다. 거지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자기 입으로 한번 뱉은 말은 지키고야 마는 성격이며, 정의를 위해서라면 자기 한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본인이 수십년간 갈고 닦은 무공, 항룡십팔장을 알려주면서도 생색내지 않는 대인의 면모도 보여준다. 가진 것이 없어도 자신감과 용기가 흘러 넘치며, 어떤 난관에도 신의를 지키고 자유를 추구하는 희대의 영웅, 홍칠공!!

 

   영웅문은 시간 가는줄 모를만큼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개성있는 인물들로 가득하다. 아직 안 읽어본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특히, 꿈과 희망, 용기와 대범함을 충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께는 강추다. 혹시 책 읽을 여유가 안되면 대만에서 2008년에 제작된 드라마를 구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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