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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oons' Life

너의 이름은 - 신카이 마코토 감독 본문

Life./Talk.

너의 이름은 - 신카이 마코토 감독

jhoons 2017. 1. 24. 13:03

 

   ‘몬가 암튼 오묘하고 좋아요’라는 추천으로 만난 영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영화를 보고나서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감동을 느꼈고 이를 글로 옮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후반부에 미츠하와 타키가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애쓴 것처럼, 이 벅찬 감동을 고이 간직해두고 싶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을 글로 옮길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을 해봤는데, 결국 내 이야기를 꺼내야 하지 않나 싶다. 감동은 이야기와 나 사이의 울림으로 발생한 것일 테니.

 

   “이상형이 뭐예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답하기 참 곤란하다. 솔직하게 “저 이상형 없는데요”하는 대답을 하자니 상대의 호기심을 채워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들고, 그렇다고 없는 이상형을 지어내자니 그럴싸하게 대답할 자신이 없다. 그러면 주절주절 이런 이야기 시작한다. 나는 특정한 외모나 능력을 갖춘 인연을 바라는 것 같진않다. 한 사람의 이런 요소에 몇 점, 저런 요소에 몇 점을 부여하고 이를 합산해서 합격여부를 가릴 정도로 합리적인 인간이 못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설명할 수 없는 이유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내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그 사람으로 내 우주가 가득 차는 순간, 내겐 그 ‘반함’이란 사건이 중요하다. 마치, 비어 있는 지정석에 진짜 주인이 나타난 기분이랄까. 반한다는 것을 나는 가끔 향수에 비유하곤 한다. 백화점에 들려 향수를 고르다 보면 마음에 드는 향을 찾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바로 옆에 있는 비슷한 향을 맡으면 그 감동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 내가 좋아하는 향은 ‘어떤 종류의 향’이 아니라 ‘바로 그 향’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누군가에 반하게 되는 메커니즘과 비슷하지 않을까. 알 수 없는 이유로 지정되어버린 단 하나의 인연. 그리고 그 이해할 수 없는 인연을 성실히 기다려온 알 수 없는 이유.

 

   영화의 내용은 시간의 뒤틀림이 포함되어 있어 조금 복잡한 편이다. (스포주의!!) 시골에 사는 여고생 ‘미츠하’와 도쿄의 남학생 ‘타키’는 왠지 모를 이유로 몸이 바뀌게 된다. 며칠 간격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탓에 미츠하와 타키는 상대의 삶에 소소한 영향을 끼친다. 타키의 몸에 들어간 미츠하는 타키가 알바로 일하는 레스토랑의 여선배와 가까워지는데 성공하고, 타키는 소심한 미츠하를 대신해 짖궃게 구는 친구들을 혼내준다. 그리고 상대의 몸에 들어간 때 있었던 일을 메모해 두는 식으로 소통을 하면서, 어느덧 서로에게 둘도 없는 절친이 되어간다. 그러다가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 미츠하의 마을인 이토모리 위를 지나던 혜성의 핵이 분열되어 이토모리 마을을 흔적도 없이 파괴해버린 것이다. 미츠하는 그 사건 당일, 마을 축제를 가던 도중 죽음을 맞이한다.

 

   소통이 끊어지고 나서야, 타키는 자신이 미츠하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타키는 미츠하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못 이겨 이토모리 마을에 찾아 가기로 결심한다. 수소문 끝에, 타키는 이토모리 마을이 3년전에 혜성의 파편을 맞아 운석호로 변해버린 곳임을, 그리고 그토록 그리던 미츠하가 혜성이 떨어지던 날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츠하를 살리고자 하는 일념으로 타키는 신이 머무는 동굴, ‘신체(神體)’를 찾아간다. 그곳에 놓인 ‘미츠하의 반절’ 쿠치카미자케(미츠하가 씹은 밥알로 만든 술)를 마신 타키는 혜성이 떨어지던 3년 전의 미츠하가 되어 그녀와 마을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결국 미츠하, 그 가족, 마을 사람들은 극적으로 혜성의 사정권을 피할 수 있었고, 이렇게 이토모리 마을은 잃었던 새 생명을 얻게 된다.

 

   하지만 또 다른, 어쩌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미츠하와 타키가 서로의 이름을 잊어버리게 된 것이다. 이름 뿐만 아니라, 그 둘 사이에 있었던 일들 또한 빠른 속도로 잊혀져 버렸다. 3년전 죽었던 미츠하를 살려내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타키는, 그리고 험한 산길에서 넘어져 다친 몸으로 타키를 만나기 위해 전력질주했던 미츠하는, 허무하게도 서로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렸다. 서로가 서로의 구원이었던 두 사람은 무언가가 사라져버렸다는 감각만을 기억한채,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 버린다. 그러던 어느날, 미츠하와 타키는 달리는 전철 창문으로 잠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본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줄곧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서로를 찾아 헤메다가 한 동네골목 계단에서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간절히 묻고 싶었던 질문을 상대방에게 던진다. “너의 이름은?”이라고.

 

   우리가 줄곧 기다리는, 혹은 이미 내 앞에 서있는 한 사람은, 사실 서로가 서로의 구원이 되어줄 단 한 사람인 것이다. 누군가 미츠하와 타키에게 “이상형이 뭐예요?”라고 묻는 상상을 해보자. 내 생각에 그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줄곧 찾아온 어떤 한 사람이요”라고 대답할 것 같다. 요즘 들어 사랑의 가치는 점점 폄하되고, 사회경제적 공동체로서의 연애와 결혼이 주를 이룬다. 데이팅 앱이나 커플 매칭 서비스 기업의 성공을 보면 그 경향은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오랜 시간, 순수한 사랑을 그려온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너의 이름은>의 흥행은 이런 세태를 벗어나, 더 아름다고 의미있는 사랑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바람이 모여 빚어진 자연스런 결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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