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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oons' Life
학업을 마치고 일을 시작한지 1년 반 정도 시간이 지났다. 타지에서 살아남는 것도, 생경한 분야에서 전문가로 자리 잡아가는 일도 쉽지가 않다.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깐깐한 선배들을 설득해나가는 과정, 제안한 방법을 뒷받침할 실험결과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주는 피로감은 이제 하루 이틀의 휴식으로는 해소되지 않을만큼 쌓여버린 것 같다.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고 느낄 때에, 감사하게도 한 달정도의 휴식 기간을 얻게 되었고, 일의 노예로 지내는 동안 멀리했던 독서와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 귀중한 시간을 어떤 책으로 시작할까하고 생각해보았는데, '지옥'이라는 단어가 계속해서 머리 속을 맴돌았다. 지옥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고통받고 있을 등장인물과 공감을 나누고 싶기 때문인지, 찐 고통을 간접..
제가 강의에서 이야기했던 여덟 개의 키워드는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 인생’입니다. 는 박웅현씨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의했던 내용을 8가지 키워드로 요약한 책이다. 1. 행복하게 살기 위한 기본 조건으로서의 '자존', 2.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서 오히려 집중해야할 '본질', 3. 그 본질적 가르침을 배울 수 있는 '고전', 4. 깊이 있게 감상하는 자세의 중요함을 강조한 '견', 5. 기약없는 미래에 휘둘리지 않도록 집중해야 할 '현재', 6. 자존의 현실편이라 할 수 있는 '권위'에 대한 합리적 자세, 7. 혼자로만 채울 수 없는 세계 속 '소통'의 중요성, 8. 마지막으로, '인생'을 대하는 법까지. 여러 이유로 흔들리는 청춘들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조언들이 담겨있..
노트 필기와 정리는 일생동안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본 것, 들은 것, 생각한 것들을 나중에 쓸 수 있는 형태로 보존하기 위해 압축과정이 필요하다. 지금은 아무 의미 없어보이는 생각과 사건이라도, 언제 어떻게 귀중하게 쓰일지 알수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 압축 과정(encoding)은 항상 압축을 해제하는 과정(decoding)을 고려해 진행해야한다. 올바른 encoding 방법을 정하기 위해선 '양질의 decoding/reconstruction'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1. 우선 decoding 결과물은 쓸모 있어야 한다. 원본 경험, 원본 데이터에서 쓸모있는 부분을 선별하지 않으면, 쓸데 없는 데이터들을 들여다보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학수업 노트를 작성 할 때, 수학선생님의 옷 ..
왜 그리스인은 그 전에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민주정치를 만들었고 언제 누가 어떻게 민주정치가 작동하게 만들었는지, 또한 국가가 존망 위기에 처해있을 때 유권자는 어떻게 했으며 그것이 가능했는지, 그 이후에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에 관해 다루려고 한다. 를 쓴 시오노 나나미가 새 책을 냈다. 는 총 세편에 걸쳐 그리스의 역사를 소개하는 그 첫 이야기다. 보다는 호흡을 짧게 가져가는 탓에, 로마인 이야기만큼 인물 한명 한명에 집중하거나 감정이입하기는 힘든 편이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올림픽의 시작인 그리스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점 만으로도 감사히 여기며 책을 읽어나갔다. 위에 인용한 글처럼, 그리스인들은 로마인들처럼 오랜시간동안 제도의 안팎을 정비하며 나가기 힘들었다. 지리적, 정치적 환경이..
'최후의 고대인이자 최초의 중세인' 성 어거스틴(354~430)의 . 어거스틴이 주교로서 성공적인 목회 생활을 마무리할 때 즈음 지은 책이다. 마니교의 열렬한 신자로 활동하다가 카톨릭으로 회심했던 그의 어린 시절을 비롯한 지난 날들의 심경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기존의 편견과는 달리 어거스틴은 호기심과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신의 속성이 무엇인지, 여러 종교들 가운데 어떤 것이 진리인지 알고 싶어했다. 자신의 견해를 수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회의했던 사람이다. 그의 일생을 보고 있으면, 절실하게 진리를 찾고자 애썼고 그 결과, 확신에 찬 필체로 자신의 진리를 설파할 수 있었던 니체가 떠오른다. 극과 극이 맞닿는 것일까. 조로아스터교의 후신인 마니교에서 카톨릭으로 회심한 어거스틴과, 개신교 목사의..
인공지능의 친척쯤 되는 일을 하면서 인공지능의 큰 줄기를 알지 못하는게 답답했다. 그리하여 인공지능의 입문서로 유명한 이 책 을 지르게 되었는데, 책을 구입하고는 거의 반년을 지나버린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여름, 인공지능의 첨병 가운데 하나인 IBM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된 것을 핑계로 책장을 펴보게 되었다. 인공지능은 참 재밌는 분야다. 인간의 지능을 따라하려고 애쓰는 분야인만큼 '생각의 방식'과 관련이 있으면 모조리 연관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책은 엉뚱하게도 철학으로 시작해서 수학, 경제학, 신경과학, 심리학, 컴퓨터 공학, 제어이론과 인공두뇌학, 언어학과의 연관성을 설명한다. 인공지능의 역사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는데 그 대략은 이렇다. 인공지능은 1943년 1) 매컬록과 핏츠가 제안한 신경세포의..
학부때 읽었던 맨큐의 경제학과 이 책이 말하는 '경제상식'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경제학 원론은 공급과 수요의 원리를 바탕으로, 각 경제 주체들이 합리적으로 의사결정하는 과정을 서술한다. '한계OO'같은 개념들을 조합해 미분방정식을 만들고 그 솔루션을 구하면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구한 해답은 도무지 현실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경제 공부를 하는 친구에게 경제학이 우리 사회에 도움이 안되는 이유를 들은 적이 있다. 경제학은 합리적 구성원들의 행동양식을 연구 주제로 한다. 여기에 한 가지 전제가 들어간다. 한 개인이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모두 갖고 있다는 전제.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보를 가진 자들이 정보를 갖지 못한 자들과 경쟁하거나 (이 정보라는 단어는 권력과 자본으로 ..
한강이라는 작가가 라는 소설로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문학계에서 노벨상에 버금가는 권위있는 상이라고 해서인지 나도 모르게 관심이 갔고, 나도 모르게 구매버튼을 눌러버렸다. 그리고는 책을 구입한지 몇 개월이 지나 책을 펼쳤다. 이 책을 읽은 친구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라는 소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응? 어떤 이야기길래 이상할까? 권위있는 문학상을 수상한 책이 이상할리가... ...... 그러면 안돼? ......왜, 죽으면 안되는 거야? 이상했다. 정말 이상한 책이다. 좀 잔인했다고는 하지만 고작 꿈 하나로 고기를 안 먹게 된 영혜, 그런 영혜를 이상하게 이상한 방식으로 대하는 사람들. 평범한 삶을 추구하다가 이상해져 버린 아내를 못 참고 떠나버린 남편, 고기를 안 먹겠다는 영혜의 뺨을 때리..
는 한국에서 로 소개된 SF 작가 테드 창의 단편소설이다. 소설의 소재는 미지의 존재와의 만남과 소통, 언어와 철학의 차이가 가져오는 세계관의 차이다. 소설은 7개의 다리를 가져 헵타포드로 불리는 문어모양의 외계인이 지구 궤도에 도착하면서 시작한다. 그들은 신기하리만치 지구 곳곳의 상공에 머물러있을 뿐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오직 체경(looking glass)를 통해 자신들의 모습을 비춰줄 뿐이다. 같은 기존의 우주공상과학물과는 전혀 다른 평화로운 패턴이다. 미국의 우주 관할 부처와 국방부는 헵타포드와 소통하기 위해 의사소통에 도움될만한 학자들을 불러모아 '헵타포드 언어학습팀'을 구성한다. 이렇게 언어학자 루이즈 뱅크스와 이론 물리학자 게리 도널리, 두 사람이 만나게 된다. 헵타포드의 음성언어(A..
그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였다.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 오베라는 남자를 읽었다. 추천을 받아서 보고 싶던 차에, 리디북스에서 진행 중인 '10년 대여' 이벤트 덕에 5000원도 안되는 값으로 읽을 수 있었다. ( 리디북스는 나같이 돈없는 유학생들에게 정말 좋은 플랫폼이다. 특히, 올해는 1주에 한두권은 읽자고 다짐한바 있는데, 리디북스 덕에 부담없이 양껏 읽고 있다.) 카페에서 책을 읽는데 친구가 묻는다. "그거 어떤 책이예요?" 이 책 는 오베라고 하는 까칠한 59세 노인이 아끼던 부인과 사별한 후에 이웃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앞서 인용한 문단처럼, 오베는 세상을 흑과 백처럼 옳은 것과 그른 것, 쓸만한 인간과 개똥같은 인간, 사브같이 튼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