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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oons' Life
"District Twelve. Where you can starve to death in safety", I mutter. 한글책 위주의 독서를 하다보니, 정작 영어와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여긴 미국이고 난 유학생인데 말이다. Time지를 구독해서 틈틈히 보고는 있으나, 좀 더 흡인력 있는 영어 텍스트에 푹 빠져보고 싶었다. 몇 달 전에 읽은 도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읽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답답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영어책을 잘 읽고 싶으면 영어책을 읽는 수 밖에. 읽고 또 읽고 또 읽다보면 늘겠지. 그리하여 고른 책이 이 녀석, 이다.난 아직 Hunger Games 영화를 못 봤다. 다만, 제니퍼 로렌스가 화살 시위를 당기고 있는 포스터를 여러 차례 보았던 터라 내용이 궁금하기도 했고, 아마..
-김용 영웅문 1부 사조영웅전을 읽고, 2부 신조협려를 마저 읽었다. 조금 시간을 두고 읽으려 했는데, 1부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소설 상에서 1부와 2부의 간격이 1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읽던 관성 탓에 신조협려의 첫 장을 펼쳐버리고 말았다. 사조영웅전에 한 가지 메시지가 더해졌는데, 바로 '사랑의 힘'이다. 어린시절부터 함께 지낸 연인, 양과와 소용녀가 겪는 만남과 헤어짐이 소설의 중심을 이룬다. 특히 양과는 소용녀와 16년간 떨어져 있었지만 그 사랑이 변치 않아, 그녀와 만날수없다는 생각이 들자 몸을 절벽 아래로 내던져 버렸다. 다행히도 그렇게 몸을 던진 곳에서 소용녀와 16년만의 해후를 하고 다시 헤어지지 않기로 다짐한다. 아름다운 이야기다. 김용 소설은 해피엔딩이라 마음에 든다. 마지막 장..
1957년 중국의 소설가 김용이 지은 세번째 작품이자, 3부작 영웅문의 첫번째 편인 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파릇파릇하던 학부1학년 시절, 시간이 날 때면 중앙도서관 서고에 웅크려 앉아 영웅문 읽는 재미에 푹 빠져 들곤 했다. 영웅문에는 여러가지 재밌는 요소가 많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어린시절은 보통 미움을 받거나, 멍청하거나 둘 중의 하나다. 어딜가든 얻어맞고 다니는 무술 초짜에서 무림 초절정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해버리고는 주인공을 응원하게 된다. 여복도 많아서 가는 곳마다 미소녀들이 그에게 반하고는 목숨을 걸고 그를 지킨다거나, 반대로 그 사랑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인공을 죽이려 들기도(?) 한다. 주인공은 수많은 위기들 가운데서도 신의를 지키고, 충과 효를..
팟캐스트 '지대넓얕' 4인의 패널 가운데 한 분인 김도인님의 첫 저작이다. 김도인은 계룡산에서 도를 닦고 동양 철학을 전공한, 말그대로 도인의 길을 걸어 온 사람이다. 채사장, 독실이, 깡샘 세 사람이 언성을 높이며 격한 토론을 벌이고 있으면, 가만히 듣고 있다가 마지막에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하고 조곤조곤 정리해주는 역할을 주로 한다. (가끔 흥분하면 에미넴모드로 변하실 때도 있음..) 지대넓얕을 듣다보니 김도인님 관련해 궁금한 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20대 전부를 도 닦는데 전념하신듯한데, 그 동인이 무엇일까. 동양철학, 심리학, 명상. 모두 마음 공부를 하는 활동인건 알겠는데, 본인의 마음이라는게 그리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있는건가? 이런저런 호기심이 늘어갈 때, 반갑게도 가 출판되었다는 소식..
요즘엔 Parallelism을 극대화한 컴퓨터를 만드는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이다. 부연하자면... Neuromorphic computing이라고 하는 분야로, 두뇌를 이루는 뉴런 세포들이 하듯이 각종 계산을 '모든곳에서/동시에' 처리하는 processing unit을 만든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선 메모리와 연산 유닛의 통합이 매우 중요하다. 기억하는 머리와 계산하는 머리가 따로 있는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가능한 응용분야로는 최근에 관심을 많이 받는 Deep learning을 포함하는 Machine learning 알고리즘 전용 가속기를 들 수 있겠다. 최근의 NVDIA가 GPU를 이용한 Machine learning 연산을 제공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더 빠르고, 더 에너지가 ..
이번 주는 20세기 초 일본 문학의 거성, 요시카와 에이지의 소설 를 읽었다. 얼마 전 를 읽고 생긴 일본 역사에 대한 호기심 덕분이었다. 임진왜란의 시작과 끝은, 사실 일본의 역사라도 해도 무방할 만큼 일본의 전국시대와 관련이 깊다. 때는 16세기 중반, 일본 열도 각지를 차지하고 있는 다이묘들은 일본을 재패하기 위해 끝없는 전쟁을 벌인다. 그 전쟁은 오다노부나가에 의해 마무리 되고, 그의 사후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패권을 손에 쥐게 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정점에 올라선 후 국내 정세를 안정시키기 위해 임진왜란을 일으켰으나, 다분히 국내 정치를 목적으로 한 전쟁이었기에 히데요시가 죽고나자 임진왜란은 그 동력을 잃고 곧바로 마무리 된다. 히데요시의 후계자인 히데요리는 그 권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서서..
누군가 "네 인생에 가장 중요한 순간 하나만 꼽아봐라"라고 물으신다면, 나는 주저없이 고등학교 2학년 1학기의 한 물리학 수업시간을 꼽을 것이다. 물리학의 바다에 퐁당 빠져버린 순간이기 때문이다. 노잼으로 유명한 물리학 선생님이 보어의 양자가설을 설명하기 시작하셨다. "원자에서 나오는 빛스펙트럼을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보어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밑도 끝도 없는 가설을 제시했어. 전자가 원자의 핵을 빙글 빙글 돌면서 특정파장의 정수배인 정상파를 형성하고 있다는 거야. 그리고 이 가설은 양자역학이라는 물리학 체계에 엄청난 공헌을 했단다.............. 얘들아 자냐?" 1912년에 태양계 모형의 모순에 직면한 보어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했다. 그가 내세웠던 가정은 다음과 같다..
1997년과 2008년. 두번의 금융위기가 한국을 강타했고, 이 두 번의 위기는 나같은 일반인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IMF 외환위기 때는 우리집이 말그대로 '큰' 피해를 입기도 했고, 2008년의 금융위기 때는 친한 친구들이 번번히 입사지원에 실패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석사 졸업 후에 취직한 회사에서 만난 한 동기로부터 "여기가 딱 100번째 지원한 곳이야"라는 고백을 듣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아마 2008년을 기점으로 '구직난', '임금피크제', '3포세대', '세대간 갈등' 같은 무서운 단어들이 자주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이 거대한 흐름의 이유는 무엇인가? 그 궁금함에 을 처음 펼쳐봤다. 금융위기가 닥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는데, 당시 경제의 '경'자도 모르는 문외한에 책 읽을 여유도..
무라카미 다케오. 일본의 평범한 일러스트, 만화가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그 일로 성공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평범한 청년이다. '평범'이란 말은... 바꿔 말하면 '아직 성공하지 못한 가난한 프리랜서'란 뜻이다. 성공을 위해 애쓰다보니 부족한 수면, 불규칙한 식사와 편식으로 인해 서서히 몸은 망가져만 갔다. 불안정한 고용환경으로 인해 심리적 불안감은 더해가고, 주변 사람들의 무시하는 눈초리는 그의 마음의 건강, 삶에 대한 의지마저 앗아갔다. 그 결과로 무라카미의 몸엔 심장정지, 당뇨병, 당뇨병성 케톤산증, 패혈증, 횡문근융해증, 급성신부전, 뇌부종, 고암모니아 혈증, 철결핍성빈혈 등 치명적인 병들이 한꺼번에 찾아왔다. 뇌부종으로 인해 언어, 시력, 계산능력, 추론 능력을 잃은채로 눈을 떴다..
사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삶은 (타인이 지시한 것이든, 시스템이 정한 것이든, 본인이 계획한 것이든) 기한 내에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잠깐씩 찾아오는 여유도 있지만, 그 시간이 끝나면 자기의 몫을 다하기 위해 다시금 일어서야 한다. 하루의 무게란 그 길을 들어서기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거운 것이다. 더 이상 길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 그 발걸음은 더 무거워 진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 죽음이 기다린다는 것을 알게 될 때, 그 무게는 더해진다. 역사는 무거운 하루를 견뎌낸 인물들로 가득하다. 이순신 장군이 그러했다. 때는 선조 25년(1598년), 임진왜란이 시작된다. 일본 열도를 통일한 오다노부나가의 가신이었던 토요토미 히데요시. 그는 오다노부나가의 죽음 뒤에 정적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