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324)
jhoons' Life
모든 역사는 주관적 기록이다. 역사가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혹은 역사가의 욕망이 그 역사 서술에 담겨있다. 유시민씨가 에서 기술하는 역사는 독재에서 민주화로, 부의 독점에서 균등 분배로 진보하는 투쟁의 역사였다. 유발 하라리의 가 기술하는 역사는 인지혁명-농업혁명-과학혁명으로 이어지는 사건들과 인류가 상호작용 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유명한 역사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역사는 어떤 모습일까. 읽고 싶던 차에 마침 연구실 형한테 가 있다고 해서 얼른 빌려왔다. 는 서울대 학생들의 대여도서 목록에서 상위권인 책이기도 하다. 나도 학부시절에 빌려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두꺼운 분량에 부담을 느껴서 몇 장 못 넘기고 반납했던 기억이 난다. 생리학 박사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조류의 진화에 대해서 연구하기 위..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이해는 다양한 문제를 일관된 자세로 풀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나를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나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내가 태어났고, 살아왔고, 살아갈 대한민국이다. 이 나라는 내가 태어나기 한참 전부터 존재해왔다. 그 거대한 질량과 관성으로 인해 나는 철없는 애기때부터 막대한 영향을 받으며 자라왔다. 애기였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빠가 보시는 지루한 뉴스에선 대학생 형, 누나들이 거리에서 경찰 아저씨들이랑 싸우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어린 나로선 대학생 형, 누나들이 왜 그토록 화가 나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게 중요한 문제는 아빠가 그 뉴스를 보시느라 내..
팟캐스트에서 상위권에 자리잡고 있는 교양 토크 방송이다. 철학, 사회학, 과학, 역사, 심리, 명상, 종교, 심지어 미스테리까지 다양한 분야를 폭 넓게 알고 있는 네 명이 패널들이 출연한다. 이들은 매주 주제를 하나씩 정해, 정보를 청취자들에게 전달해주기도 하고 갑론을박 토론을 벌인다. 가끔은 토론을 하다가 감정적으로 격해지기도 하는 솔직한 토론 덕에 싸움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걸 듣기 시작한 것은 작년 말 쯤이다. 겨울엔 유독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뭔가 들을게 필요했다. 현실정치를 논하는 팟캐스트는 듣다보면 스트레스가 쌓여서 지속적으로 듣기 힘들었고, 개그 팟캐스트는 어느 이상의 애정을 갖기 힘들었다. 패널 중 한 사람인 '채사장'의 저서를 통해 접한 은, 현실 세계의 문제를 제3자적 시점에서..
눈 앞에 닥친 문제에 몰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오히려 리듬이 깨질 수 있다. 잦은 패배에 사기를 잃을 수도 있고, 무리한 노동으로 인해 몸이 상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불운을 피하기 위해, 잠시나마 자신의 가치를 다른 시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우주적/진화적/윤리적 관점에서 현대문명/사회/나의 역할/경제/직업/성공/좋은 삶의 의미를 새롭게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쩌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지금보다 더 나은 우선순위를 찾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에, 유발 하라리의 를 구입했다. 책의 제목이 재미있다. 왜 하필 생물학적 용어인 '사피엔스'를 제목으로 골랐을까? '인류', '사람', '인간' 등등 다른 표현들이 있을텐데 말이다. 저..
리디북스의 판매대(?)를 돌아다니다가,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여자는 허벅지라고? 제목만 봐서는 차별적인 발언처럼 보이기도 해서 호기심이 동했다. 저자인 다나베 세이코는 1928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대표작인 을 비롯해 다수 작품을 저술한 인기 소설 작가다. 그녀가 1970년대에 잡지에 투고한 원고들을 중 일부를 발췌해 엮은 것이 이 책, 이다. 이 책은 저자의 '여자라는 동물'에 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여자를 설명하다보면, 자연스레 남자와 비교대조를 하게 되므로, '남자라는 동물'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일관된 목적을 갖고 쓰인 글이 아니라, 부담 없이 하나 하나의 에세이를 즐기면서 보기 좋다.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가모카 아저씨'와의 대화를 통해, 남녀가 가진 시선의 차이를 드러..
이런 일이 있었다. 1일1권 읽는 '독서력'이 있는 친구에게 물었다. "독서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니? 좋은 책 고르는 방법 좀 알려줄래?" 하고 물으니, 알쏭달쏭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 ~ Yes24는 x퍼센트 적립해주고, 몇권 이상 사면 y퍼센트 적립해줘. 네이버 북스 링크타고 가면 무슨무슨 쿠폰을 준대". "응????????" 어릴때부터, 독서를 '좋은 책을 잘 골라서 신중하게 읽고 소화시키고 외워서 완전히 내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 때문인지 책 한권을 고를 때도 굉장히 신중하게 골랐고, 한 권을 읽더라도 한 줄 한 줄 달달 외운다는 생각으로 아주 느리게 읽었다. 그것만이 올바른 독서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불행하게도, 이것은 독서의 달인 고영성씨가 비추하는, 안 좋은 방법이..
사랑에 관한 소설은 이 세상에 넘치도록 많고 작가는 자신이 바라보는 사랑을 이야기에 투사하기 마련이다. 나에게 있어 사랑은 빠져버리는 것이고, 서툰 것이고, 바보가 되어 유치해지는 것이고, 그 사람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것이고, 할 수 있을 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하는 것이고, 마침내는 이기적으로 욕심을 내는 것이었다. 게다가 우리는 타인의 사랑을 함부로 재단할 수가 없다. 그것은 이를테면 서로간의 약속 같은 것이다. - 작가의 말. 임경선 작가. 를 읽고 팬이 되었다. 신간이 나왔다고 해서 얼마전 결제한 리디북스 포인트로 얼른 구매했다. 제목은 .첫 느낌은, '아, 표지가 참 이쁘고나. 종이책을 살 수 있으면 좋았을 것을..' 유학생 주제에 참 많은걸 바란다는 생각도 하면서, 책장을 열었다. 이 책은..
어떤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좋겠다 너는, 글재주가 있어서!”타고난 재능이 있어서 내가 글을 잘 쓴다는 것이다.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던 시절에도 그랬고, 정치를 떠나 문필업으로 돌아온 후에도 같은 말을 듣는다. 그럴 때는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 은근히 화가 난다. 이 말이 목젖까지 올라온다. ‘그런 거 아니거든! 나도 열심히 했거든!’ (36쪽) N년을 이과생으로 살면서, 마땅히 글을 잘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어쩌다 교양 과목 리포트를 쓰는 날이면 답답한 심정으로 첫 문장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대체 이과생한데 글을 왜 쓰라고 하는 건지. 그냥 미분방정식 잘 풀면 되는거 아닌가? 실험하고 보고서 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하는 불평을 하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러다 학부를 졸업하고..
한 달 전쯤, 불현듯 운동을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 생활은 학부 때와 달리, 방학이나 주말 같은 '공식 휴가'가 없다. 그저 알아서 일하고, 알아서 쉬어야 한다. 빨리 결과를 내고 싶다는 조바심에 몸 관리를 소홀히 할 때면, 체력 저하로 인해 삶 전체가 흔들리고 만다. 사실 이런 일은 회사 생활을 시작할 때도 겪었다. 그 때의 해결책은 개인트레이너(PT)한테 매주 두 번씩 수업을 듣는 것이었다. 그리고 1년 조금 넘게 헬스장을 다니면서, 몸이 많이 좋아졌다. 자세 교정 효과도 있었고, 무엇보다 과로로 지치는 정도가 덜 해서 삶이 전반적으로 나아졌다. 아쉬운 점은 그 때, 아무 생각없이 PT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운동을 했고, 먹으라는대로 먹었다는 것. 이제 혼자 운동해야하는 상황에서 마..